데이터와 드라마로 본 요즘 일본 로맨스의 반전 - "돌싱이 인기라니요?"

 

2023년 방영된 드라마 <돌싱이 인기 있다니 못 들었는데요?(バツイチがモテるなんて聞いてません)>라는 제목은, 이 장르가 스스로 던지는 반전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한 35세 부동산 회사 직원 오노 카즈하(小野和葉)는 회사 회의 중 담담하게 자신의 이혼 소식을 알리지만, 정작 당황하는 건 주변 사람들입니다. 그런 그녀 앞에 직장 신입사원이 망설임 없이 다가오고 예전 담당이었던 인기 배우까지 그녀 주변을 맴돌기 시작합니다. "돌싱이 인기 있다니 못 들었는데요"라는 제목의 놀라움 자체가 이 장르가 스스로 겨냥하는 반전인 셈입니다.


드라마 참고 이미지(이미지 생성: Gemini)

돌싱은 원래 '결핍'으로 그려졌다

오랫동안 일본 드라마 속 이혼 경험자는 실패나 상처를 짊어진 인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재혼이나 새로운 연애는 그 결핍을 메워주는 서사로 그려졌고 돌싱이라는 조건 자체가 관계의 걸림돌로 작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이혼 경력이 있을수록 연애 시장에서 불리하다는 것이 오랜 통념이었고 재혼은 '흠이 있는 사람들(일본에서는 돌싱을 バツイチ로 부른다는 점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의 차선책'처럼 그려지곤 했습니다.

숫자로 보는 진짜 변화

그런데 통계를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일본의 이혼 건수는 2002년 약 29만 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년 가까이 꾸준히 줄어 2022년에는 약 17만 9천 건까지 내려갔습니다. 이혼이 늘어난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반면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전체 혼인 중 재혼이 차지하는 비율은 26.8%로 비교 가능한 195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혼은 늘지 않았는데 재혼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역대 최고인 셈입니다.

눈여겨볼 지점은 이혼의 성격 자체도 바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4년 기준 동거 기간 20년 이상의 '숙년이혼'은 4만 건을 넘어 전체 이혼의 21.9%를 차지했습니다. 젊은 시절의 성급한 실패가 아니라 오랜 결혼 생활 끝에 인생을 다시 설계하려는 이혼이 늘고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드라마 속 돌싱 캐릭터가 예전보다 더 단단하고 자기 확신이 있는 인물로 그려지는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결혼정보업체 IBJ의 성혼백서입니다. 성혼 평균을 100으로 놓았을 때 재혼 남성의 성혼 지수는 117로 초혼 남성(98)보다 높았고, 재혼 여성 역시 107로 초혼 여성(99)을 웃돌았습니다. '돌싱은 결혼 시장에서 불리하다'는 통념과 반대로, 실제로는 재혼자 쪽이 더 잘 맺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결핍이 아니라 '경험치'로

드라마도 이 반전을 적극적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방영된 <이혼 후 밤(離婚後夜)>에서는 대학생 연하남이 이혼 직후의 소설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여자 주인공은 '내 주제에'라며 주저하면서도 서서히 마음을 엽니다. <돌싱 두 사람의 미정인 관계(バツイチ2人は未定な関係)>(2023)는 한발 더 나아가 이혼을 경험한 남녀가 연인도 가족도 아닌 '이름 없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결혼도 연애도 필요 없지만 필요할 때 곁에 있어줄 사람은 원한다는 주인공의 말에 친구들조차 당황하지만 같은 처지의 동창은 오히려 깊이 공감합니다. 재혼이라는 정해진 결말로 서둘러 봉합하지 않고 관계의 형태 자체를 다시 정의하는 것입니다.

정답이 아니라 다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로

결국 달라진 것은 이혼의 빈도가 아니라, 이혼 이후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의 결함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어떻게 맺을지 다시 고를 수 있는 경험치로 재해석되고 있는 것입니다. 돌싱 캐릭터가 더 이상 동정이나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다음 관계의 조건을 정할 수 있는 주체로 그려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혼이라는 단어 앞에 붙던 무거움이 조금씩 옅어지면서 인생의 다음 장을 스스로 써내려가는 인물들이 로맨스의 중심에 서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재택근무 이후 다시 유행하는 일본 오피스 로맨스 드라마를 짚어보겠습니다.

마무리

일본 로맨스드라마 트렌드 분석을 준비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연상연하편에서도 그랬지만 일본사회가 관계의 변화에 유연하고 포용적인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로맨스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돌싱을 상처와 결핍을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렸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스스로 삶의 주도권을 쥐고 다음 관계의 조건을 정하는 '주체적인 인물'들로 돌싱 캐릭터를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연애와 결혼의 공식에서 벗어나 실패를 자신만의 '경험치' 삼아 인생의 다음 장을 유쾌하고 단단하게 써 내려가는 이들의 모습. 어쩌면 요즘 일본 로맨스가 시청자들에게 건네는 진짜 메시지는 "언제든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는 다정한 응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트렌드연구소 리포트에서는 또 어떤 흥미로운 트렌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해 주세요!


*본 원고에 인용된 이혼·재혼 통계는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인구통계자료집) 및 후생노동성 인구동태통계를 근거로 하며 성혼 지수는 IBJ 결혼미래연구소 2023년도 성혼백서를 근거로 합니다. 저작권 규정에 따라 수치와 논지를 요약·재구성하였고 직접 인용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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